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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UX 연구원 박수현/김예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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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UX 연구원은 사용자로부터 무엇을 발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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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UX 연구원 박수현/김예림 인터뷰

 

IT 기업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이란 마치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모험 같다 느낄 때가 있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땅을 찾아 동료들과 열심히 노를 젓는 것이라고요. 가장 두려운 건 아예 길을 잃는 겁니다. 이럴 때 모험가는 ‘나침반’을 보거나 ‘등대’의 빛에 의존해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여기 나침반 또는 등대로 비유되는 IT 산업의 직군이 있습니다. 바로 UX 연구원(UX Researcher)인데요. 이들이 제시하는 방향의 끝에는 언제나 ‘고객’이 있습니다. 사용자라는 지점에 제품이 잘 도달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일이 바로 UX 연구원의 역할입니다.

 

그 모험의 최전선, 글로벌 빅테크에서 일하고 있는 UX 연구원들을 만났습니다. 틱톡에서 UX 연구팀 디렉터로 근무하는 박수현 님, MS Viva Engage 코파일럿팀에서 일하는 김예림 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직업이 왜 필요한지,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다가올 미래에 제품과 고객은 어떻게 달라질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박수현 틱톡 UX 연구 디렉터(왼쪽)와 김예림 MS UX 연구원(오른쪽) <출처: 박수현/김예림>

 

 

UX 연구원은 무슨 일을 하나요?

Q. UX 연구원을 생소한 직업으로 느끼는 분들도 있을 듯해요. UX 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김예림: UX 연구원은 마치 등대 같아요. 회사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누구’를 위해 제품을 만드는지 잊기도 하거든요. 또 타깃 사용자가 제품에 어떻게 반응할지 추측만 할 때도 있고요. 어떤 단서도 없는 캄캄한 상태에서 제품을 만드는 거죠. 이럴 때, 타깃 사용자를 정의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하도록 알리는 것이 UX 연구원의 일이에요. 모두 함께 탄 배가 장애물을 피해 무사히 원하는 곳에 도착하도록 돕는 등대처럼요.

 

박수현: 좋은 비유네요. UX 연구원은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니즈와 불편 사항을 찾고 이를 제품 팀에 연결하니까요. 사용자의 요구 사항은 다양하죠. 저희는 간단한 기능을 고치는 데 필요한 요구 사항을 찾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제품을 만들 때도 가야 할 의견을 제시해요. 때로는 사용자의 대변인이 되었다가 때로는 더 큰 단위 전략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도 합니다.

 

Q. “고객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말도 있는데요.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박수현: 사용자의 니즈를 볼 때 이를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으로 나눠야 해요. 두 가지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죠. 그래서 과학적인 분석 방법이 필요해요. 단순히 인터뷰, 설문 조사만 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아주 깊은 영역까지, 고객이 남긴 데이터를 탐색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폭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근거를 찾아 이를 연결해 진짜 그들의 요구사항을 찾아야 해요.

 

김예림: 수현 님 말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UX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건 PM이나 디자이너도 하죠. 그러나 더 깊은 문제를 알아내려면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이를테면 제가 게임 업계에서 일할 때 다이어리 스터디란 걸 했어요. 게이머의 하루를 모두 나열하고 그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한 일상의 패턴이 게임이란 활동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찾는 거죠. 이와 함께 행동 데이터 로그를 보며 그들의 깊은 내면세계를 알아보기도 했고요. 모두 사용자의 경험을 연구하는 방법이에요.

 

Q. 그럼 UX 연구는 제품과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나요?

박수현: UX 연구는 직접적으로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영향을 끼쳐요. 저는 간접적이라는 표현도 쓰고 싶지 않아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든 사용자가 필요해요. 그러니 사용자를 연구해야죠. 

 

예를 들어 택시 앱을 만든다고 할게요. 사용자는 택시를 탔을 때 어떤 루트로 갈지, 내가 탈 택시가 위험하지는 않을지 정보가 필요하겠죠. 이런 요구 사항을 알아내면 곧 이는 새로운 기능으로 이어질 거예요. 더 상위 단계도 있죠. 이를테면 어떤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는 일반 택시와 고급 택시, 또는 다른 탈 것이라는 선택지가 있어요. 이를 연구해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면 제품 라인과 큰 단위 전략이 나와요.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를 찾아 기능 향상으로 연결하는 일부터 제품 전략을 잡는 일까지, 모든 과정에 UX 연구가 필요한 거죠. 그래서 PM,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들이 UX 연구원을 찾아요. 물론 처음부터 같은 팀으로 움직일 때가 많지만, 특히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막히면 도움을 요청하죠. 마치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를 부르듯 “데이터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 궁금해, 고객이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어.”하는 거예요.

 

Q. 그만큼 일하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협업이 필요하겠는데요. 주로 누구와 협업하고 어떻게 소통하나요?

김예림: 아무래도 핵심 이해관계자는 PM과 디자이너예요. 빅테크에서는 그들이 주로 방향성을 끌어나가는 주체로 움직이니까요. 따라서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또 부서 내 리더와도 소통할 일이 많고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하고도 만나야 해요.

 

박수현: 사실 거의 모든 기능 팀과 일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아마 PM한테 물어봐도, 디자이너한테 물어봐도 같은 답이 나올 거예요. 모두와 같이 일한다고 말이죠. 결국 제품은 구성원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김예림: 맞아요. 대신 UX 연구원은 이렇게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에서도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요. 신뢰를 주려면 실력, 행동,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다 받쳐줘야 해요. UX 연구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역시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해야 하죠. 종종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조차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좀 더 깊이, 그들이 사용자에게 정말로 물어야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가정이 무엇인지 같이 이해할 필요가 있죠.

 

 

글로벌 빅테크의 UX 연구원

Q. UX 연구원이라는 직업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요?

박수현: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과 미국에서 사회・문화 심리학을 전공했는데요, 박사 과정을 할 때까지도 계속 학계에 남을 생각을 했죠. 그러다 아주 우연히 ‘학계에서 벗어나 인더스트리에서 일하기’라는 강연을 접했어요. 비슷한 학과 공부를 하고 메타(당시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세션을 진행했는데요, “연구는 무한대로 하되 사람을 가르칠 일은 없다”는 말이 매력적이었죠. 아주 빠르게, UX 연구가 곧바로 제품에 이어져 임팩트를 내는 것도 좋았고요. 그래서 학업을 마치고 스타트업의 UX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김예림: 제 경우는 학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HCI(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석사 과정까지 밟은 다음 일을 시작했는데요, 사실 당시에는 박사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고 결국 취업을 선택했죠. 그래도 지금은 MS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게 된 것에 무척 감사해요. 회사 내부에서 진행하는 콘퍼런스에 나가기도 하고, 지원을 받아 특허 관련 일을 하는 등 연구에 대한 욕구를 풀 수 있거든요. 최근에는 제가 제안한 주제가 콘퍼런스에 채택되어 시애틀에 다녀왔는데요, 관심 있는 연구를 발표하고 공유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어요.

 

Q.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성장하는 것까지 다 쉽지 않은 선택인데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수현: UX 연구원은 워낙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요. 고객과 인터뷰도 자주 하고요. 그러다 보니 결국 말하는 부분, 즉 언어에서 어려운 점이 있어요. 특히 유머 코드 같은 경우에는 문화 차이가 일종의 벽처럼도 느껴져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시안 여성으로 조금은 유리 장벽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도 계속 부딪쳐요. 지름길은 없고 경험으로 성장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자리를 잡게 되더라고요.

 

김예림: 정말 공감해요. 유머 코드는 따라가기 어렵죠. 그래도 저는 리모트 근무 시대가 열리며 수혜를 좀 받았다고 생각해요. 회의 전에 미리 스크립트를 어느 정도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AI 도구들이 워낙 좋아져 제가 틀리는 문법을 체크하며 빨리 배울 수도 있었고요. 그 외에는 어떻게 사람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고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언어가 조금 부족해도 여러 취미를 공유하는 등 깊은 인상을 남기려고 하죠.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요.

 

김예림 UX 연구원, 코파일럿 연구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참여한 MS 시애틀 콘퍼런스에서 <출처: 김예림>

 

Q. 빅테크의 UX 연구원들은 어떤 배경이 있나요?

박수현: 산업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석사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80% 이상 같아요. 특히 빅테크의 경우는 박사 출신이 50%가 넘어요. 아무래도 학위 과정을 거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설을 세우는 방법에 대한 맹훈련을 받으니까요.

 

김예림: 맞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 생긴 자신감이 도움이 되어요. 실험 방법과 프로세스에 대한 근본 이론을 충분히 숙지하게 되니까요. 근본적인 목표나 윤리가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연구를 설계할 수도 있고, 실제 수행 과정을 자신감 있게 끌어 나갈 수도 있죠.

 

박수현: 학계 출신이 아닌 분들은 대부분 디자이너 출신이에요. UX 연구에 매료되어 아예 그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죠. 시장 등 다른 리서치에서 출발하는 분도 있고, 학부 출신이지만 오랜 경력을 인정받아 연구원이 되기도 해요.

 

Q. 사실 한국에서는 UX 연구원의 선택지가 적어 해외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UX 연구의 단계도 높지 않죠. 이를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박수현: 솔직히 말해 가장 중요한 건 경영진의 지지예요. 결정권자들이 UX 연구가 단순히 디자인의 한 영역이 아니라 제품 전략이나 비즈니스 성과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죠. 그래야 우선 팀을 빌드하고 성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으로는 조직 차원에서 UX 연구 관련 프로세스를 만들고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UX 연구를 한두 차례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관련 의사 결정의 일부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이렇게 연구를 체계에 녹이려면 과정이나 결과 보고의 일관성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결국, UX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해요. 회사의 모든 팀원이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죠. 제품을 만들며 항상 고객 관점에서 테스트하고 연구하는 마인드요.

 

김예림: 빅테크에는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느껴요. 큰 기업이지만, 스타트업처럼 전문가들이 모여 팀으로 움직이죠.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린 하게 테스트하는 프로세스가 정착되어 있어요. 이럴 때 UX 연구원이 팀의 일원으로 사용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고요.

 

박수현 UX 연구팀 매니저, 메타 재직 시절 뉴욕 Farley 오피스에서 <출처: 박수현>

 

Q. 국내 기업에서는 PM 또는 디자이너가 UX 연구를 직접 수행할 때도 많은데요. 한정된 자원으로 뛰어난 효과를 얻으려면 어떤 팁을 줄 수 있을까요?

김예림: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을 듯해요. 첫째는 언제,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 둘째는 전문성이 없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고 매 순간 잘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죠. 

 

우선 첫 번째 문제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처음부터 깊은 UX 연구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아야 해요. 그저 고객을 최대한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사용자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망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또 제품 개발 단계에서 흔히 쓰이는 연구 방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이런 방법은 인터넷에 자료가 많기 때문에 적극 활용해 봐도 좋습니다. 조금 부족해도 아예 UX 연구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자신감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방법이 될 것 같아요. 혼자 하기보다는 여럿이, 하나의 연구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데이터를 쓰는 편이 좋죠. 디자인 워크숍, 고객 인터뷰, 사용자 연구, 행동 지표 분석 등 다양한 증거를 수집하다 보면 내놓은 인사이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박수현: 간결하게 목표를 설정하세요. 큰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를 잡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요. 작은 가설을 짧게 반복해서 테스트해 보는 거예요. 리모트 인터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직접 가지 않고 빠르게 인사이트를 뽑을 수 있으니 효율적이고요. 또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기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요. 고객 피드백이나 온라인 리뷰 결과 같은 데이터요. UX 연구원들도 연구를 시작할 때 많이 쓰는 방법이에요.

 

Q. 국내에서 UX 연구원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김예림: 해외 석사 옵션이 가능하면 취업에는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제가 공부한 캐나다에는 연구에 집중하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석사 포지션이 있어요. 박사 과정은 펀딩이나 인턴십을 할 수도 있고요.

 

박수현: 현실적으로 일상에서부터 연습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주변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반응하는 거죠. 예를 들어 카페에서 주문할 때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를 해결할 서비스를 고민해 보는 거예요. 가족과 친구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보며 이를 발전 시킬 수도 있고요. 현업에서 일하는 분의 조언을 많이 듣는 것도 좋아요. 멘토링을 요청해 볼 수도 있겠죠. 정기적으로 주제를 갖고 만나거나 진행하는 프로젝트 또는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얘기하면 조금 더 조직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요.

 

김예림: 제가 이런 연구원 오픈 채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궁금증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제안서를 출판사에 보내고 수현 님을 섭외해 함께 책을 써보기도 했어요. 이론 중심이 아닌 선배가 후배에게 말하듯 일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요. 저는 빅테크를 다니며 배우는 것이 정말 많거든요.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이렇게 배운 걸 흘려보내지 않고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싶었어요.

 

글로벌 UX 연구원은 이렇게 일합니다, 박수현/김예림 지음 <출처: 길벗>

 

 

UX 연구원이 보는 미래

Q. UX 연구원은 사용자와 정말 가까워요. 빅테크의 연구원으로 느낀 현재 시장 동향은 어떤가요?

김예림: 사용자 측면에서는 Gen-Z 세대가 요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들은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정신적인 장벽이 없어요. 온라인 서비스로 사람들과 이어지는 것에 익숙하고 또 이를 원해요. 기술로 원하는 일을 해결하는 데 능숙하고 저렴하거나 무료인 서비스도 잘 쓰죠. 숏 폼 등 영상이나 사진 같은 멀티미디어를 선호하는 경향도 중요한 트렌드고요.

 

박수현: 그럼에도 성공하는 제품은 결국 가장 쓰기 쉽고 편한 제품이에요. 무언가 아주 기술적이고 기능이 많은 제품을 사용자가 좋아할 거라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요, 이를 좋아하는 건 극소수의 얼리어답터들일 뿐이죠. 그렇기에 사용자의 경험이 얼마나 직관적이고 매끄러운지가 중요해요. 성능과 속도, 통합 호환성 등이 사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끼치죠.

 

Q. 새로운 변화로 AI도 빼놓을 수 없겠죠. AI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박수현: AI는 이제 어떤 바운더리로 가두어 볼 수가 없어요. 모든 제품에 AI가 들어간다고 생각해야 해요. 그래서 AI가 사용자 관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묻는 건 너무 방대한 질문이에요. 이를테면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디까지 믿고 무엇은 믿지 않을지, 분야별로 어디는 호의적이고 어디는 배타적일지 등등 연구할 주제가 아주 많아요. 신뢰성, 안정성, 의존성 등이 키워드고요.

 

김예림: 제가 속한 팀에서 다루는 코파일럿도 AI 기반인데요. 팀에서 일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어요. 생소한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객도, 만드는 사람도 모르기 때문에 결국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이죠. MS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 그러니까 PPT나 엑셀이 핵심 제품군이잖아요. AI가 등장하며 사람들은 “내 일이 대체되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AI가 내 일을 다 해주겠지.”라는 기대를 가져요. 그러니 UX 연구원은 이러한 과정에서 제품이 사용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기술적으로 측정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Q. 신뢰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박수현: 우선 신뢰라는 추상적 단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해요. 신뢰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AI와 연결했을 때 신뢰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연구해야 하죠. 예를 들어 “AI가 내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아”를 신뢰로 본다면, 플랫폼에서 개인이 데이터를 지울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면 신뢰가 생기겠죠. 결국 연구로 신뢰가 무엇인지 정의한 다음 이것을 기능이나 지표로 바뀌는 거예요. 이후에는 그 기능의 성과나 지표를 추적하고요.

 

김예림: 사용자 입장에서는 결국 ‘이 기술이 나한테 해를 끼치지 않는지’가 중요해요.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해내지 못했을 때도, 내 일을 빼앗아 간다고 느낄 때도 신뢰를 잃죠. 지금 AI에는 사용자의 기대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요. 반면 이 기술이 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모르기에 오는 두려움도 있고요. 그래서 두 가지 측면 모두를 고려하며 신뢰를 측정해야 하죠.

 

Q. 요즘 관심을 두고 학습하는 영역은 어딘가요? 어떻게 또 성장하고 있으세요?

박수현: 우선은 산업 트렌드를 빨리 알기 위해 노력해요. 빠르게 새로운 것이 나오다 보니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죠. 또 저는 평소에도 사람을 많이 관찰해요. 그래서 기술과 제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지, 사람들은 이에 어떻게 적응하고 사는지 느끼고 이해하려 해요. 이를테면 최근 아마존 계열 슈퍼마켓이 손금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아무도 쓰지 않더라고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조금 더 비판적이고 날카롭게 보기 위해 노력해요.

 

김예림: 저 역시 아무래도 화두가 AI니 관련 지식을 배우는 데 집중해요. 주변을 보면 저뿐만 아니라 모두 AI 기술 학습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그럴수록 기술과 사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도 생각하죠. 기술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무엇일까, 이를 고민하고 책도 읽어 보고 있어요.

 

Q. 지금까지 산업의 미래를 다뤘는데요. 두 분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있는 미래는 어떨지 궁금해요.

김예림: 저는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는 새로 배운 내용이 있으면 아이디어를 노트에 쏟아내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기도 했죠. 지금처럼 AI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미래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도 아주 설레고요. 그래서 꾸준히 AI 관련 전문성을 기르고 논문도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책을 썼듯, 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한국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요. 최근에는 그런 고민을 풀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에서 일하는 분들과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박수현: 조금은 철학적으로 답하고 싶어요. 그동안 커리어를 키우며 연봉도 타이틀도 많이 올라갔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보상이 마약은 아닐까 싶더라고요. 끝없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더 많이 일해야 하지는 않을까?” 고민했죠. 이제는 계단을 오르는 일보다 저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어제의 나와 비교했을 때 오늘 내가 또 발전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요. 그렇게 벤치마크를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두려고 해요.

 

장대청 에디터 jdc@wishk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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